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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한걸음/독서서평

[독서서평] 노인과의 약 4년간의 동거생활_나이듦에관하여

Photo by Aris Sfakianakis on Unsplash

 

나는 2016년에 상경하였다. 소위 유학생활을 서울에서 한 것이 아닌지라 막연하게 서울에서 특히, 빌딩 숲이 즐비한 강남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사회에 발 디딘 지 약 2년이 지나서야 실제로 이루어졌다.) 당시에는 계약직 신분이라 어느 지역을 정해 정착하기가 쉽지 않았고, 월세도 생각해야 하는 터라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럴 때는 서울에 내 집 한 칸 없다는 것이 슬프기도 했다. 부모님과의 이런저런 논의 끝에 결국, 이모 집에 얹혀사는 상황을 선택했다. 당시 이모 두 분과 함께 생활해야 하는 나에게 어르신과 산다는 상황은 쉽지 않았다. 집에서 눈치 보지 않던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가령, 너저분하게 방을 둔다든지 빨래를 수북이 쌓아 놓는지 이런 수더분한 생활은 할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노인에 대한 인식이 좋지 못했다. 내가 나이가 드는 것은 생각하지 못한 채.

'나이듦에 관하여'는 이모들과의 동거생활을 투영하기에 좋은 책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오기 약 두 달 전, 우리 집은 독감으로 한 차례 쓰나미가 지나갔었다. 우리 집에서 나이가 가장 많지만, 목소리나 힘만큼은 누구보다도 뒤지지 않던 이모가 갑자기 몸져누우셨다. 밖에도 나가시지 못할 정도로 오한에 시달리다가 결국 집 앞에 있는 가정의학과에 방문하여 일주일 치 약을 타오셨다. 그러더니 둘째 이모까지 더불어 독감에 걸리셔서 2주 넘게 집밖에 나가실 수 없었다. 약국에서 단순히 약을 사는 하루면 낫는 나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노인=성인=중장년층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의약품의 부작용이 노인에게 설마 일어나겠어?' 가히 생각도 못 할 일이었다. 신선하게 다가왔던 다른 부분은, 책 사례 중 노인이 한쪽 무릎이 아파서 방문했을 때 의사가 가 노인이기에 당연한 것 아녜요? 라는 물음을 던지자 나와 80년을 함께 살아온 다른 한쪽은 너무나 멀쩡하다는 구절은 내가 노인에게 가진 편견이 얼마나 짙은지를 생각해보는 좋은 계기였다. 특히, 노인에게 얼마나 가혹한 잣대를 들이댔는지 반성하기에 좋은 책이기도 하다. 노인을 신체적, 정신적, 시대적으로 어떤 식으로 내가 이해했는지, 그리고 그 기준을 어떤 식으로 다시 뒤바꾸어야 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추가로, 나의 부모님도 언젠가는 노인이 될 텐데 복용하시는 약이나 평소 상태를 유심히 지켜봐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차후에, 부모님의 판단이 흐려졌을 때 의료진에게 객관적으로 부모님의 상태를 설명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독 후에 부모님께 책을 권장해드릴 생각이다.